[영남일보] 류말연간호부장 인터뷰 "대구지역 1세대 호스피스가 말하는 죽음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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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첨단요양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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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역 1세대 호스피스가 말하는 죽음의 순간
“힘들고, 짜증나고, 한숨만 나오는 오늘 하지만 그 오늘을 그들은 그토록 갈망했다"
류말연 대현첨단요양병원 간호부장
매일 아침, 안타깝고 비통한 죽음의 소식이 들려온다. 꽃과 같이 소중한 이 땅의 생명들이 어떤 이유에선지 스스로 삶을 마감하고 있다. 물론 그들만의 절박한 이유가 있겠지만, 더 이상 비통한 죽음이 없었으면 하는 것이 대다수 사회 구성원들의 바람이다. 그들이 허망하게 놓아버린 오늘이 또다른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간절하고 절실한 하루였을 테다. 30년이 넘게 간호사로 근무하며, 누구보다 많은 죽음을 봐온 대구지역 1세대 호스피스 전문간호사 류말연·송미옥씨를 만났다. 그들이 기억하는 죽음은 사뭇 진지하고 엄숙해, 너무나 가볍기만 한 요즘 세태에 잔잔한 울림을 준다.
# 류말연 대현첨단요양병원 간호부장
40대 중반의 여자선생님
5년 투병생활 마무리하면서 가족에겐 생활메모 남기고
장기기증하면서 결국 떠나
대부분이 다시 태어나면 자원봉사하고 싶다고 말해
류말연 간호사는 기억나는 환자를 묻는 기자에게 26세 윤희씨(가명)를 소개했다. 위암말기였던 윤희씨는 병원에서 잠자는 것을 한사코 거부했다고 한다. 불편한 소파에서 또는 휠체어에 웅크린 채 잠깐잠깐 눈을 붙이는 것이 전부였다. 밤이 되어도 침대 쪽으로 가까이 가는 것조차 싫어했다.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가는 영원히 눈뜨지 못하게 될까봐 두렵다’고 했다. 그렇게 살아서 호흡하는 순간을 소중하게 받아들였던 윤희씨는 생의 마지막이 임박했을 때 '밤하늘을 보여달라’고 부탁했다. 우리가 매일 무심하게 지나친 밤하늘을 생의 마지막 순간에 가장 절실하게 소원했던 것. 마음껏 피지도 못했던 윤희씨의 생명은 그날 밤, 밤하늘을 보면서 사랑했던 이들과의 마지막 작별인사를 끝으로 조용히 저물었다고 한다.
류 간호사는 “현대의학으로는 더이상 살기 어렵다는 통보를 받게 되었을 때 사람들은 왜 유독 자신이어야 하는지를 원망하기도 한다. 호스피스 병동을 찾는 대부분의 환자는 정말 간절하게 생명을 붙잡고 싶어한다. 눈뜨고 바라보는 작은 것 하나까지도 애착을 가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류 간호사는 “병상에 있는 상당수 사람들이 마지막에 공통적으로 하는 말도 있다"고 덧붙였다. 호스피스 자원봉사자들에게 “다음 생에 태어나면 자원봉사를 하고 싶어요"라고 말한다는 것. 생의 마지막 순간에 얼굴도 모르는 낯선 이와 교감하며 나누는 감정이 가슴뭉클한 감동을 전한다고 소개했다.
그녀가 기억하는 가장 아름다운 죽음은 어떤 모습일까. 끝까지 의연하고, 침착했던 40대 중반의 한 여선생님을 떠올렸다. 5년간의 투병생활 끝에 더 이상 희망이 없음을 감지한 선생님은 자신이 떠나고 난 후 아파할 가족을 위해 자신의 마지막 시간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남편과 아이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집안 곳곳에 살림팁 등을 편지로 남기고, 자신의 신체장기를 기증하고, 시신은 의대생들의 해부실습용으로 제공했다. 틈틈이 가족과 대화하며 죽음을 준비했던 그녀는 마지막 모습조차 남달랐다. 복수로 숨이 차 자리에 눕지조차 못했을 때 아이들은 엄마가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며 눈물의 작별을 했다.
류말연 간호사는 “남은 이들이 받을 아픔을 생각하고, 마지막까지 이 세상에 뭔가 도움을 주려는 모습에서 숭고함을 넘어 생명에 대한 엄숙함을 느끼게 된다. 누구나 살다보면 힘겹고 어렵기도 하겠지만, 적어도 이런 모습을 떠올리며 스스로에게 주어진 삶을 사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1-06-09 김은경 기자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2-05-02 12:42:54 공지사항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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